구성작가협 규탄회견·검찰에 항의서한 "프리랜서 체포만행"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 편을 제작했던 MBC <PD수첩> 제작진(조능희·송일준 PD, 김은희·이연희 작가) 4명이 28일 새벽까지 검찰에 전원 체포되자 방송4사 작가들이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마저 체포한 사상초유의 만행을 저질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 MBC SBS EBS 구성작가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김은희 작가 등 체포 규탄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검찰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희·이연희 작가 체포에 방송사 작가들 반발 "사상초유 프리랜서 작가 체포 만행"

이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검찰은 기어이, 프리랜서인 방송작가까지 체포하는 사상 초유의 검은 발자국을 내딛고 말았다"며 "방송작가는 또한, 지켜줄 조직도 항의할 회사도 없는 프리랜서 신분이다. 그런 방송작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검찰이 실로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은희 작가가 지난 4월24일, 체포영장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한 달여간의 농성을 해제하고 현업으로 복귀한 지 불과 30분이 지난 뒤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검찰은 시사프로그램의 이런 사회적 임무와 성격을 무시한 채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해 왔다"며 "이제는 급기야 작가를 긴급체포 한 검찰이 작가에게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 외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는 것인지 명확히 답하라"고 촉구했다.

  
 ▲ 지난 22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를 압수수색하던 장면. 이치열 기자. 
 
"방송현장 제작진 재갈물리기 결코 관철되지 않을 것…노트북 버리고 거리에 설 것"

이들은 명예훼손 혐의 기소 불가를 주장하다 사표를 던진 임수빈 전 부장검사를 들어 "누가 당신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을 왜곡하고 검사로서의 양심까지 내팽겨쳐도좋다'는 '막무가내 법전'을 쥐어준 것인가"라며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채, 방송 제작 현장의 모든 제작진들에게 공포를 주어 재갈을 물리려는 작금의 음흉한 시도는 결코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제,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도 노트북을 버리고 거리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조능희·송일준·김보슬 MBC PD(지난해 제작진). 이치열 기자. 
 

다음은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항의서한이다.

<검찰은 방송작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마저 짓밟는 야만의 폭주를 멈추고, 김은희, 이연희 작가를 즉각 석방하라>

방송작가를 긴급체포한 검찰의 야만을 똑똑한 대한민국 역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1. 검찰은 기어이, 프리랜서인 방송작가까지 체포하는 사상 초유의 검은 발자국을 내딛고 말았습니다.

방송작가는 오직 작가의 양심과 공익의 기준에 따라 프로그램을 집필해왔습니다. 방송작가는 또한, 지켜줄 조직도 항의할 회사도 없는 프리랜서 신분입니다. 그런 방송작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검찰이 실로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피디수첩 <광우병>편을 집필한 작가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내용을 압수수색해 작가의 사생활과 인권마저 짓밟았던 검찰은, 어젯밤 12시경, 김은희 작가와 이연희 작가를 급기야 긴급체포 했습니다.
김은희 작가가 지난 4월24일, 체포영장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한 달여간의 농성을 해제하고 현업으로 복귀한 지 불과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MBC, KBS, SBS, EBS 구성작가협의회 회원들은 방송작가를 체포한 검찰의 사상초유의 만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작가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 시키는 것이 이 수사의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자는 것이 검찰의 속내가 아니라면, 김은희 작가와 이연희 작가를 즉각 석방하십시오!

2. 작가를 포함한 시사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어떤 의도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피디수첩은 시사프로그램입니다. 시사프로그램의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입니다. 시사프로그램은 어느 일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피디수첩 <광우병>편을 집필한 작가나 제작진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더욱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장과 실무 담당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해당부처의 정책 방향과 다르더라도, 그것은 국민이 그 부처에 위탁한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비판'으로 보아야지 일개인의 인격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검찰은 시사프로그램의 이런 사회적 임무와 성격을 무시한 채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해 왔습니다. 이제는 검찰이 답할 차례입니다. <특히, 작가는 반드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던 검찰은 그리고 급기야 작가를 긴급체포 한 검찰은, 작가에게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 외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는 것인지 명확히 답하십시오.

3. 방송작가들도 이제는 바람 부는 거리에 서겠습니다.

지금 검찰청사에서 김은희, 이연희 작가를 심문하고 있는 검사들은 이 명제를 똑똑히 기억해 주십시오.

"이번 수사는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난 해 다섯 명이나 되는 검사들로 전담팀을 꾸린 뒤, 6개월에 걸쳐 PD 수첩을 수사했던 주임 검사가 내린 수사결론이었습니다. 당신들의 선배인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주지하듯, 그 수사 결론을 두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임 전 검사는 결국 올 1월 스스로 검찰청을 떠났습니다. 검찰을 떠난 임수빈 전 주임검사와 지금, 검찰청사에서 작가를 심문하고 있는 검사들에겐 다른 법전이 들려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누군가가 당신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을 왜곡하고 검사로서의 양심까지 내팽겨쳐도좋다며 '막무가내 법전'을 쥐어준 것인가요?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채, 방송 제작 현장의 모든 제작진들에게 공포를 주어 재갈을 물리려는 작금의 음흉한 시도는 결코 관철되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제,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도 노트북을 버리고 거리에 서겠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부디, 지금이라도 이 도도하고 거센 바람을 직시하길 빕니다.

2009년 4월28일
MBC 구성작가협의회 KBS 구성작가협의회 SBS 구성작가협의회 EBS 구성작가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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