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라파 국경이라도 열어야...환자가족들 호소

모하메드 알 쉐이크는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만약 치료를 위해 가자 국경을 넘어도 된다고 이스라엘 군이 허락했다면 가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이집트쪽 라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허락을 받은 건 모하메드 알 쉐이크 단 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모하메드 알 쉐이크와 함께 국경을 넘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치료 받는 것을 포기했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 혼자 국경을 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환자가족들이 연 집회에 어린이들도 참가했다. [출처: IPS]
<인터프레스(IPS)>는 28일 가자에 거주하는 환자의 가족들이 지난주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 국경에서 집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이집트가 우리의 생명을 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스라엘 인권의사회(PHR)의 란 야론은 "지난 몇 주간 응급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150건의 청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권의사회는 활동의 일환으로 가자 주민들을 대신해 치료를 위한 통행허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의 허가 비율은 매우 낮다. "99건의 신청서를 환자를 대신해 이스라엘 군에 제출했다. 그런데 15건만 승인했다"고 란 야론은 밝혔다.

국경은 생(生)과 사(死)를 가르고...누구의 책임인가

란 야론은 "점령 권력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의 건강에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다. 국경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책임을 물었다. 아울러 "환자들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했다.

가자에서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가가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된다.

가자 내 응급의료센터인 알미잔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하사닌 박사는 "막 4세된 아이의 엄마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아들은 울혈성 심부전증과 호흡장애를 겪고 있다. 관리자로서 그저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단지 국경이 닫혀있다는 이유로"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결국 하사닌 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서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뿐이다.

<인터프레스(IPS)>는 현재 최소 750명의 환자들이 외부에서 긴급한 치료를 요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통하는 에레츠 검문소 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통하는 라파 국경도 철저히 잠겨 있다. 최근 하루 정도 라파 국경이 열렸지만 오가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가자에서 치료받기 위해 나온 일부 환자는 치료후에 다시 가자로 들어가지 못했다.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이동하는 것은 2005년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간에 맺어진 포괄적 이동과 접근에 관한 협정에서 보장된 내용이다. 그러나 라파 국경 검문소는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되어 있어,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라파 국경 개방 여부가 사실상 결정된다.

라파 국경은 2005년 11월 25일부터 2006년 6월 24일까지 일정 시간 개방되었지만,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2007년 6월 9일 부터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 이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기사를 포함한 사진의 저작권은 '참세상'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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