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서열 공개하고 경쟁 부추기는 집단인가?

작년 15일, 학교자율화라는 미명하에 학교학원화정책, 공교육포기정책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오늘 교과부는 수능성적을 공개하였다.

진정 415 조치로 학생은 자유롭게 공부하고, 교사는 자율적으로 가르치고, 학교장은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는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0교시와 교과중심의 보충수업, 강제자율학습과 사설모의고사, 우열반 편성 등은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행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입에서는 ‘미친교육’이라는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학교자율화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제고사의 부활과 학교 학원화 정책이 노골화되었으며, 학교선택 자율권과 다양화라는 명분으로 영리학교-국제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기타학교로 이어지는 학교서열화를 완성시키고 평준화를 해체시켰다. 그러나 학교선택권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선택권이기에 돈 없으면 원하는 학교를 가지 못하는 선택권의 박탈일 뿐이다.


한국판 카스트제도가 부활하고 있다

연 1천만원의 등록금이 없으면 원하는 학교를 가지 못하는 선택권의 박탈은 이명박 교육정책의 결정판이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은 물론이고 서열화된 고등학교부터 신분을 부여받게 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노력을 위해 신분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지만, 현정부의 교육정책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신분의 고착화와 서열의 강화,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학교서열화 정책이 가져온 한국판 카스트 제도이다.


차라리 1등부터 2천등까지 고등학교 서열을 매겨줘라

‘수능성적이 학교별 지역별로 공개되면 전국학교의 서열화로 과열경쟁, 교육과정의 파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교과부가 수능성적을 공개할 수 없다며 대법원까지 상고한 이유이다.

그러나 오늘 교과부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세미나를 빌어 전국 16개 시도의 수능영역별 등급비율과 상위 20개 시군구의 영역별 등급비율을 공개하였다.

교육당국은 이미 지난 2월 학업성취도 결과 공개로 전국 232개 시군구에  1등에서 232등까지 등수를 매겨주었다. 이제 급기야 아직 공개 여부를 대법원 판결로 남겨두고 있는 수능성적을 공개하는 것은 경쟁과 서열화의 광풍으로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불신이라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경쟁만 부추기고 책임질 필요 없는 교과부

오늘 발표된 상위 20개 시군구는 대부분 소득수준이 타시군보다 높은 지역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학업수준 결정’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평가원이 공개한 자료를 활용하자면 이제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시군구 ‘지역등급제’를 적용해야할 판이다.

교과부는 전체 시군구의 수능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서열화 논란에서 벗어날 요량이다. 당연히 전체 성적을 공개하면 그 결과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성적 하위권의 시군구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학력 하위 지역을 위한 대책 마련이라는 요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듯싶다. 결과적으로 서열화 경쟁을 부추겨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성적하위 지역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벗어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또한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결해야 하는 교육당국의 책무를 스스로 벗어던진 것이다. 


수능은 그 목적이 입시를 위한 도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수능시험 자체는 입시를 위한 수단이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로서 그 결과 역시 개인의 입시수단으로만 적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평가도구이다. 학생들의 학력을 측정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부진아를 지도한다는 성취도 평가나 진단평가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것이다. 즉 정책개선이나 부진아 지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된 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수능평가 참여 여부도 개인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수익자 부담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이러한 성격을 볼 때 개인에 대한 평가결과인 수능점수를 학교간 지역간 서열화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에서 결과를 공개하라는 결정이 난다 해도 이는 지역간 학력격차의 원인을 파악하는 연구 자료로 활용됨이 타당하다.


이번 수능 성적 공개 자료의 몇가지 문제 

● 통계결과에 대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시군구 지역의 학생 수, 학교설립 유형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한 등급 비율을 통한 순위 산정으로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예: 전남 장성군은 전체 학교가 3개이다. 그중 J고등학교의 학생수가 장성 지역 고등학생의 절반이상이며, 기숙형 사립학교로서 전남 전체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학교임

● 평준화 지역이라도 입학당시의 학력격차가 크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지역의 수능점수 격차를 강조하는 것은 자료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며, 이를 근거로 평준화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 상황, 학교 특성, 모집단위. 입학 성적, 고1의 학업성취도, 환경적 요인이 제외된 상태에서  단순히 수치비교는 큰 의미가 없으며 자칫 무분별한 서열비교로 결국 교과부가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고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 당위성의 근거로 삼으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교육관련 단체들이 염려하던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한번 열린 상자 속에 있는 서열화와 무한경쟁, 평준화 해체와 3불제 폐지는 그 속도를 더할 것이다. 우리 교육의 불행한 미래가 눈앞에 떠오른다. 그 속에 고통 받을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 불행과 고통과 신음은 이명박 정권을 향한 준엄한 심판의 칼날이 될 것이다.


415연석회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415공교육포기정책반대연석회의는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평가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학교 학원화 정책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학생과 학부모를 경쟁과 적자생존의 정글로 몰아넣고, 학교를 서열화하여 평준화를 해체하고 있다. 또 3불제도의 폐지를 공공연히 시도하며 일제고사 및 수능성적 공개와 서열화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파탄내려 하고 있다.

이에 415연석회의는 향후 명칭을 『공교육살리기 연석회의』로 변경한다.

향후 사업 역시 415조치에 대한 반대와 대안의 제시뿐만 아니라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한 학교서열화 정책을 막아내 평준화를 지켜내기 위한 사업과 3불 제도의 법제화를 통해 특권세력과 일부 대학의 탐욕에 당당히 맞설 것이다. 일제고사로 인한 학교간 경쟁과 1점 올리기 수업이 아닌 학생들에게 질높은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 등을 통해 이명박식 경쟁교육정책에 대항하는 범시민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09년 4월 15일

415공교육포기정책반대연석회의

* 이 글은 인터넷 참여연대(http://www.peoplepower21.org)에 게재된 글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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