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SO 인수합병 앞두고 업자 접대 받아…도덕적 해이 심각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소속 간부들이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 관계자로부터 성 매매 등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간부는 옛 방송위원회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 업무를 담당했거나 현재 방통위의 주무과장이어서 로비 의혹도 커지고 있다. 최고권력기관과 방송통신주무기관 간부의 향응에 대해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정부의 부적절한 업계 유착과 도덕성 실종을 질타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청와대 김아무개(43) 행정관은 청와대 장아무개 행정관과 방통위 신아무개 과장, 티브로드의 문아무개 팀장과 함께 서울 상암동의 오리고기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신촌의 D룸살롱으로 옮겨 85만 원 상당의 술을 마셨다. 이후 김 행정관은 이 술집 여종업원과 인근 G모텔에 갔다가, 성매매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됐다. 김 행정관 외에 다른 배석자들도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문씨가 D룸살롱에서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비용은 85만원이 아닌 180여 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명의 술값을 넘어 김 행정관 등의 성 매매 비용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으로, 경찰이 당일 지불내역을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행정관은 사건 이후 방통위로 돌아와 사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조사결과에 따라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 과장도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으나, 이들의 당일 행적에 대한 경찰 수사는 소극적이다.

▷술·성 접대, 로비 위해서였나=방송통신업계와 정치권은 25일의 향응접대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인수합병과 MSP(MSO+MPP) 사업강화를 위한 로비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티브로드의 지주회사인 티브로드홀딩스는 업계 6위 큐릭스를 보유한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70%를 약 2500억 원에 인수하고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방통위는 31일 전체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통신업계의 방송진출에 맞서 SO 쪽의 몸집 불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 안건 상정에 앞서 청와대와 방통위의 주무 간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31일 “티브로드의 합병 승인 심사는 이미 지난 14일 ‘이상 없다’는 외부심사단의 결론에 따라 방통위 내부에서도 승인방침이 정해진 것”이라며 “25일 술자리는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를 막겠다며 이날 예정된 티브로드-큐릭스 합병승인 심사를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평소 관리차원에서 접대했을지 모르나 성 매매라는 후진적 로비는 도를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야3당 ‘진상 규명’…정부여당 ‘선 긋기’=야당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 ‘성 로비’, ‘성 뇌물’ 사건으로 규정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31일 성명에서 “청와대와 방통위
인사들이 이해 당사자인 업체 관계자와 왜 함께 룸살롱에 갔는지, 2차 성 상납으로 이어진 경위가 무엇인지, 어떤 대가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권력형 부정부패의 한가운데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일부 세력들이 자신들의 성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다가 이번 일을 정치 쟁점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역시 30일 사과
발표에 이어 31일 로비설 부인으로 그쳤다. 반면 참여연대는 31일 논평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표를 받고 조용히 덮으려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집권한 지 겨우 1년이 지난 상태에서 청와대 등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의 행정을 생각해서라도 성 매매 및 업자와의 거래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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