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큰아들을 결혼시킨 주부 이모씨(57세)는 명절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많아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체력은 떨어져 명절준비에 힘이 부치는데, 매년 일손이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아들만 결혼시키면 편안히 명절을 맞을 줄 알았는데, 맞벌이하느라 지쳐있는 며느리 뒷바라지에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명절 가사노동에 갱년기 신호까지, 온몸이 ‛삐그덕′

설이 가까워지면, 주부들은 음식 준비에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제사상에 올릴 음식들을 준비하는 데만 꼬박 며칠이 걸리고 명절을 준비하는 동안 쌓인 피로는, 명절 당일이 되면 절정에 달한다. 제사상 상차림에 가족들이 먹을 세끼 식사 준비와 손님 접대까지 하다 보면, 제대로 앉아 쉬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어 정작 자신의 식사를 제때 챙기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명절을 ‘만나서 10분 반갑고, 30시간 TV 보고, 온 종일 먹고 치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 우스개 소리도 있겠는가.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주부들은 명절 연휴 동안 강도 높은 가사 노동에 갱년기 증상까지 더해 명절에 대한 부담감이 두 배, 세 배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평균 50세 이후로 폐경을 겪으며, 폐경 이후 월경의 중단과 함께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예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갖가지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바로 안면홍조 증상. 갱년기 여성의 75%가 겪는 가장 흔한 초기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안면 홍조 나 화끈거림은 심할 경우 수면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명절처럼 신체활동이 증가하여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갱년기로 인한 수면장애는 더없이 원망스럽다.

또한 갱년기에 일어나는 심각한 골 손실은 골절이 일어나기 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갱년기에 일어나는 여성 호르몬의 저하로 뼈의 흡수가 늘어나 골밀도가 낮아지는데 밀도가 약한 뼈는 그 조직이 엉성해져 약한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명절에는 갑작스럽게 활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한 척추관절 전문 병원에서 2005~2006년 사이 설과 추석을 1주일 전후해 병원을 찾은 주부환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명절 후 환자가 평균 2배 가량 증가하였으며, 이 중에서 50대 여성의 증가율은 286%나 됐다.

나이들어도 명절 스트레스 여전해

명절에는 흔히 며느리의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논하게 마련이지만, 갱년기를 맞은 중년 여성들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예전 같으면 손자들 재롱이나 보면서 살 나이겠지만, 젊은 세대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결혼 생각이 없는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2007년 초혼 연령은 여성 평균 28.1세, 남성31.1세를 기록했다.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이 50세 전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적으로 폐경 이후에도 약 5~10년간은 미혼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편 역시 가사분담 얘기를 꺼내놓기에 아직까지 가부장적이다. 가정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인의87.9%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부인의 91.5%가 부인이 전적으로 가사를 담당한다고 응답해, 부인의 경제생활, 연령과 관계없이 가사분담은 여전히 주부의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가정에서 해야 할 역할이 줄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갱년기 증상으로도 이어져 폐경기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기억력 감퇴, 우울증 등의 증상이 심화 될 수 있다.

명절준비를 오롯이 떠맡는 주부의 심적 스트레스는 신체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부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과도한 가사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고, 가장 흔한 증세로 두통과 어깨 결림을 꼽았다.

대화로 갱년기 명절 증후군 예방, 갱년기 관리 위한 호르몬 요법으로 근본적인 해결도 고려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 몸과 마음이 삐걱거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꾸준한 심적, 육체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가사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족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예방하고 가족문제나 명절준비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미리미리 가족 구성원간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명절에 아내들이 남편에게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이 ‘수고했다’는 말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물리적인 도움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정서적인 교감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명절 당일에는 비록 일하는 중이라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음식을 장만하거나 준비할 때 일을 빨리 끝내겠다는 욕심에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무릎이나 허리관절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최대한 1시간 이상은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도록 한다. 번거롭더라도 자주 자세를 바꾸어 주거나,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 주고 다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주방에서 오랫동안 서있어야 할 경우에는, 10 cm 정도 되는 발판을 놓고 한 쪽씩 발을 번갈아 올려 놓고 서있는 것도 허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가급적 바닥에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아서 일하기 보다는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관절이나 무릎의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바닥에 앉을 경우에는 한 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 것 보다,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를 곧게 펴는 것이 척추에 부담을 덜 줘서 허리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폐경 후에는 신체기관의 노화로 인해 과도한 움직임이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를 주거나 골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나 운동을 할 때 조심을 해야 한다. 명절을 앞두고 미리 체력을 관리하고 싶을 때에는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좋다. 물에 떠서 하는 수영보다는 체중을 실어주는 빠르게 걷는 체중부하운동이나 맨손체조가 골밀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평상시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폐경으로 인한 증상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을 미칠 정도라면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폐경의 증상 대부분이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증상을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페경증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는데 폐경으로 감소된 여성호르몬을 호르몬제제로 보충해준다.

호르몬 요법은 안면 홍조나 이에 수반되는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세를 완화와 더불어 여성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정신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 한국시장에 소개된 갱년기 치료제 안젤릭은 천연 황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드로스피레논’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폐경 증상 치료는 물론이고 자궁내막을 보호하고 '수분 저류에 의한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고혈압을 가진 여성의 혈압 조절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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