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려있던 서울 전세시장이 기지개를 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세시장은 세입자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역전세난’ 현상이 계속됐지만 본격적인 방학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수요를 비롯한 세입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입주쇼크로 전세물량이 적체됐던 송파구 일대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강북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각지에서 전세수요가 몰려들면서 쌓여있던 매물이 줄지어 소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신도시를 포함한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일부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서울 재건축 시장은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3주 연속 상승장을 연출했다.

서울 재건축, 강남권 중심으로 호가 급등
강남·송파·노원, 방학 특수 전세수요 이어져

본격적인 새해를 알리는 2009년 첫 주 전국 아파트값 변동률은 -0.16%를 기록했다. 서울은 전주보다 낙폭을 0.02%p 줄이며 -0.09% 내렸고, 신도시와 인천 역시 하락폭을 0.31%p, 0.05%p씩 좁히며 -0.32%, -0.10%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버블세븐지역은 지난주(-0.19%)보다 더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경기(-0.34%)지역도 마찬가지로 거래부진이 이어졌다.

이번주 서울의 낙폭이 줄어든 데는 강남권을 비롯한 강동구 재건축 단지들의 상승세가 한 몫 했다.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는데다 큰 폭으로 떨어진 아파트값이 서서히 바닥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수요자들이 점차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송파구(1.69%) 잠실동 주공5단지 115㎡(35평형)가 10억 2,500만 원에서 11억 2,500만 원으로 조정됐고, 강남구(1.14%)에서는 주공2단지 72㎡(10억 4,000만→11억 2,500만 원)와 주공3단지 49㎡(8억 7,500만→9억 1,000만 원) 등이 강세를 띠었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둔촌주공단지들이 면적별로 3,000만 원 이상씩 오르면서 한 주 만에 1.35%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강세를 보이는 사이 서울 전세시장에도 심상찮은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동안 ‘역전세난’ 현상이 일어나는 등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지만 일부 학군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숨어있던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세거래가 하나 둘씩 체결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입주쇼크(1만 1,241가구 입주)로 인해 전세가격이 맥을 못 췄던 송파구는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서울 전역에서 세입자들이 몰린 덕분에 중개업소마다 수백 건씩 적체돼 있던 매물이 현재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잠실동 대림부동산 김성규 대표는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교육환경을 찾아 전셋집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며 “리센츠 99㎡(30평형)대 전세가격이 입주 당시 3억 원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2억 2,000만~3,000만 원으로까지 떨어지면서 거래가 계속해서 성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자 지난주 -0.06%의 변동률을 나타냈던 송파구는 한 주 만에 0.17%가 올라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전세가가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학군수요가 모이기는 강남구도 마찬가지. 전세가격 자체는 -0.30%가 떨어졌지만 급전세 물량이 소화되면서 지난주보다 낙폭을 0.10%p 줄인 것이다. 대치동 은마 112㎡(34평형)가 2억 3,000만 원에서 2억 3,500만 원으로 조정됐고, 대우아이빌멤버스4차 56㎡(17평형)는 1,000만 원이 올라 1억 3,500만 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밖에 노원구(-0.15%)도 방학특수가 이어지면서 낙폭이 줄었고, 강북구(-0.02%), 용산구(-0.03%), 도봉구(-0.05%) 순으로 전세가 하락세가 둔화됐다.

경기·인천, 전세수요 중심으로 문의전화 늘어
과천시, 새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가 高高

경기도에서는 과천시의 전세가가 1.66%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 일대는 지난해 8월 입주를 마친 별양동·원문동 일대 삼성래미안3단지의 막바지 남은 전세물량이 소화되면서 전세가격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별양동 반석공인 대표는 “입주 당시 3억 원대까지 물건이 나왔던 래미안3단지 109㎡(33평형)가 한꺼번에 쏟아진 전세물량 탓에 1억 8,000만 원까지 내려가자 4개월에 걸쳐 물건들이 점차 소진됐다”며 “마지막 남은 물량들이 거래가 이뤄지면서 이달 들어 가격이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Y공인 대표 역시 “서울 강남을 비롯한 평촌, 의왕 등지에서 전세수요가 몰려들면서 남아 있던 전세물량이 대부분 거래가 성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막바지 수요가 몰리면서 래미안3단지 109㎡(33평형)의 전세가격은 한 주 만에 2억 원에서 2억 3,000만 원으로, 141㎡(43평형)가 2억 3,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과천시를 제외하고는 가평군(-0.60%), 용인시(-0.64%), 고양시(-0.66%), 동두천시(-0.66%) 등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새해 들어 전셋집을 찾는 문의 전화는 늘어난 상태지만 수요자들이 나와 있는 매물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으려고 들어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용인시 동천동 H공인 대표는 “급전세로 나온 집들이 빠르게 소진돼야 전세가격이 상승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나와있는 매물에 비해 수요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도시 지역별로는 지난주 -0.62%가 하락했던 중동이 이번주 -1.13%나 뒷걸음질치며 신도시 중 가장 낙폭이 컸고, 그 뒤를 분당(-0.58%), 평촌(-0.40%), 일산(-0.34%)이 이었다.

인천은 동구, 남구, 강화군의 전세가격이 변동이 없는 가운데 남동구(-0.05%), 계양구(-0.09%), 서구(-0.16%), 중구(-0.16%), 부평구(-0.20%), 연수구(-0.24%) 순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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