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이슈=지용진] 어느 순간의 찰라에 "우리 인생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란 기초적인 깨달음이 든다.

사람은 노동의 인간, 여가의 인간, 숙면의 인간으로 시간을 쓴다. 노동은 익숙하지만 여가는 거리가 있다.

이번 연휴 14만명이 제주도를 찾는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된다는 보도인데 실은 나도 제주도에 가 지인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하고픈 게 간절하다.

여유도 찾아서 비용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걸 적극적 여유라 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소극적 여유로 산다.

밥 든든히 먹고 티비 드라마를 보며 소일한다. 우리네 풍경이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사람들은 휴가를 가기 위해 일한다고 한다. 그들의 여름 바캉스는 2~3달인 경우도 있다.

신나게 일하고 쉰다. 또 내일의 활력을 찾는다.

우리네 여가 문화란 미스트롯 보는 거에 그치지는 않는지. 동무와 맛난 음식점에서 술을 기울이는 것으로 마감되진 않는지 말이다.

설혹 내가 제주도에 간들 무슨 축제에 초대된 것도 아닐 텐데 지인들과 바닷가 좋은 횟집에 들러 회포를 푸는 것쯤인데 말이다.

놀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는 조금은 찌질하게 집에서 남은 양주를 벗삼는데 참으로 못마땅하다만.

소중한 친구들과의 해방감 따위는 애초 기대도 안한다만 인천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친구 박형만과는 만나서 지난 시간들을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음달 초면 위드코로나가 시행되고 세상이 다시 열리길 기대하는데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 확보도 초미의 관심사다.

돌파감염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다시 열린 세상에 벗들을 만나고 활기를 찾는다면 병상에 누워 관리 감시 받는 것도 감수할 만하겠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다. 위로는 어르신들과 아래로는 젊은 청년 또한 힘들다.

용기를 갖자고 할 수밖에는 별다른 게 없으니 말이다. 힘든 시기 이렇게라도 페이스북을 통해 몇 자 적을 수 있다는 것도 위안이다.

비대면 사회를 사는 짧은 소회지만 나름 비장하다. 소통하는 것이 막힌 시대에 소통의 활로를 찾아 떠난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을 막는 코로나란 바이러스는 이제 더 이상의 짐이 될 수 없다는 다짐이다. 백신을 두번 맞았고 또 위드코로나 시대에 돌파감염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다면야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고픈 것이다.

빵과 자유를 달라는 프랑스 혁명의 구호처럼 우리에게 안심할 부스터샷과 여가를 채울 자유를 달라는 소박한 외침이다.

시월이 문화의 계절이었음을 상기하며 서정과 인문적 감흥에 나를 맡기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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