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스페인 북부에 아름다운 728km의 42일의 여정

영화 속 산티아고는 용서의 길이다...새로운 자아를 찾다

[경기IN이슈=지용진]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지난 2015년 제작된 독일 영화로 42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 독일 코미디언의 얘기다. 일상 속에서 번아웃증후군을 앓는 주인공 하페라는 남성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인생의 희열을 찾아가는 내용의 영화다.

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인 하페 케르겔링의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가 원작이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다 만난 속 깊은 중년여성 스텔라와 티격태격 하며 정이 들어가는 젊은 여기자 레나는 순례길의 여정을 완성한다.

36살의 젊은 코미디언 하페가 독일의 한 공연장에서 쓰러지며 영화는 시작된다. 담낭에 문제가 있었고 이를 제거하고 집에서 쉬며 산티아고에 오를 것을 결심한다.

아늑한 집에서 빨간 소파에 누워 티비로 소일하던 그에게 일대 도전이었고 모든 것이 낯선 스페인 땅을 밟으며 영화는 새롭게 전개된다.

영화 중간중간 그의 유년기 시절을 담아 하페의 심리에 내재된 트라우마를 은유하고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위고 할머니 손에 키워진 그의 유년 시절이 하나씩 드러나며 영화도 익어간다.

여러 에피소드를 연결 지으며 하페가 여정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는 순례길의 어느 지점에서 트라우마와 마주하는데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옥죄맨 내면의 상처를 떠나보낸다.

스텔라와 레나는 그의 여정 중간중간 등장하며 극의 지루함을 달랜다. 늘 덤덤할 것 같은 스텔라는 그의 딸이 산티아고의 여정에서 삶을 등진 과거도 털어놓게 된다.

늘 티격태격했던 레나도 점차 하페를 이해하며 가까워진다. 하페는 영화 속에서 레나에게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밝히고 이는 스텔라도 이해하며 가까워진다.

여정을 300키로 남긴 지점의 숙소에서 이들은 술과 농담을 즐기며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여정을 같이하기로 한다. 하페는 순례를 중도에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이윽고 이들은 순례를 완성하며 기쁨을 나누게 된다.

영화 속 산티아고는 용서의 길이다. 죄를 사해준다는 믿음이다.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리비조개’를 배낭에 걸고 다닌다. 순례 중임을 표시하는 증표다.

하페 스텔라 레나는 이 여정 속에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딸을 잃은 스텔라는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엄마였음을 자책해왔지만 이 여정 속에서 진정 딸을 보내게 된다.

하페 또한 어린 시절 상실의 아픔을 녹여내고 자아의 아픈 부분을 도려내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 예전에 없었던 삶의 새로운 생기를 찾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누구나 삶은 여정이다. 우린 어떤 형식의 절차 이를테면 순례나 이벤트 또는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약간씩의 아픔을 떠나보내게 된다.

‘나의 산티아고’도 이같은 영화다. 이국적인 스페인 북부에 아름다운 728km의 42일의 여정은 어쩌면 성경에 그려진 예수의 40일 간 산상수훈과도 같은 새로운 나로 태어남이다.

나는 누구이고 왜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거침없이 떠나라. 해답은 애초에 없지만 깨달음은 각자의 몫이다.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나 최소한 순례는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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