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하늘은 누워서 마주 봐야 제맛인데 하다 저녁이 지났다.

오후 회의가 대동호텔에 있었고, 마침 호텔과 연결된 전시장에 들를 수 있었다.

비아아트 갤러리에선 어제부터 성민화 작가의 ‘사물들’이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나는 ‘사물들’을 보르헤스의 ‘픽션들’로 잘 못 인지한 채 작품을 보고 있었다.

사물의 형태는 몇 겹의 한지에 잉크로 그려져 복제된 이미지와도 같고 흔한 일상의 기억과도 같았으니까, 보르헤스의 메타텍스트 같은 느낌이라 해도 그럴듯 했다.

 

그러니까 일상의 사물이란 늘 있고,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있다는 것은 관찰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사물로 구성되는 걸까 하고 돌아 나왔다.

작가는 “사물을 소유한 사람은 그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물이 모여 그 소유자를 보여 준다”고 한다. 이 전시의 모티브가 된 ‘조르주 페렉’ 소설 ‘사물들’을 인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제대로 된 소유도 못해 봤고, 사물에 대한 애착을 가질만한 여유도 없이 살아온 나는 그저 짐작은 한다만,

 

작가와 잠시 만나서는 종이는 한지인지 묻고 인화지도 한지로 만든다거나 상장 같은 걸로 납품해서 널리 쓰이는 게 좋겠다거나 하는 말만 늘어 놨다. 아 미련함이란 가슴에 담아두는 일이 만드는 눈속임 같은 건가보다.

하늘을 바라 보는 것은 좋더니만, 사람을 마주 보는 것은 적극적이나마 노력해도 어려운 픽션들이며, 이런 태도야말로 그가 사물에 속해 있는 증거가 되기도 하겠다. (21.09.02)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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