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무엇보다 언론은 사실 보도를 해야 한다. 그게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1인 매체인 오풍연닷컴을 운영하면서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원칙이다. 하물며 메이저 언론은 이 같은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병폐가 있다. 무엇 하나를 혼자 알거나 먼저 알면 철저한 검증 없이 대서특필 한다. 그러면서 ‘단독’을 붙인다. 물론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엊그제 한겨레신문도 그랬다. 윤석열이 마치 엄청난 비리나 의혹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 보도했다. 그것도 10년이나 지난 일을. 나는 처음부터 그 기사를 믿지 않았다. 겨우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를 입수했다는 게 전부였다. 그것을 갖고 짜맞춘 기사였다. 일정표 자체도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실제로 맞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오히려 한겨레 기사가 더 의심을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나는 솔직히 한겨레가 의심스럽다.

그럴 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일정표를 기관에서 입수했다면 유착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윤석열 죽이기’에 언론이 가담한다고. 설령 한겨레 기사처럼 만났다 하더라도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 억지로 짜맞추다보니 무리수를 둔 인상이 짙다. 한겨레는 줄곧 윤석열을 비판해 왔다. 그것은 얼마든지 자유다. 다만 비판을 하려고 해도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준은 돼야 한다.

윤석열 측도 발끈했다. 윤석열은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어떤 사건에도 관여한 적 없다”면서 “한겨레 기사는 악의적 오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겨레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일정표’에 2011년 4월 2일 ‘최 회장, 윤검’ 기재가 있다며 제가 그 날 골프를 쳤다고 단정적 보도를 하였다”면서 “그러나 3월 15일 중수 2과장이자 주임검사로서 200여명 되는 수사팀을 이끌고 부산 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을 동시 압수수색하는 등 당시 주말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없이 일하던 때다. 위 날짜에 강남 300CC에서 골프를 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합리적 의심이 가면 더 취재를 했어야 했다. 일정표만 보지 말고 골프장 취재를 통해 골프를 친 게 확인된다면 이처럼 보도해도 된다. 또 모르겠다. 조남욱 회장의 개인 수첩 등을 입수해 보도하면 의심이 덜 갈 게다. 누가 작성한지도 모르는 일정표를 갖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대형 오보를 한 적도 있지 않은가.

윤석열 측은 “한겨레가 면담보고서 한장으로 ‘별장접대’ 의혹을 오보한 것에 이어서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에는 출처 불명 일정표에 적힌 단순 일정을 부풀려 허위로 ‘접대’, ‘스폰서’라는 악의적 오명을 씌우려 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윤 전 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 오보와 관련, 지난해 5월 1면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예전 한겨레는 이렇지 않았다. 무슨 보도를 하더라도 치열함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보도를 보면 그 날카로움이 없다. 논리도 엉망인 기사가 많다. 그럼 누가 한겨레를 응원하고, 구독하겠는가. 한겨레가 더 위기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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