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아침엔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를, 종달리 식당 ‘릴로’에서 마저 읽었다.

로맨틱한 점심을 하고 나오다 라벤더 향에 끌려 볕 좋은 마당에서 친구와 통화했다.

친구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내의 대응’에 대해 양가적 감정이 든다고 했다.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을 방조했던 미얀마 국민과 아웅산 수지에 대해, 민주주의자들의 투쟁이라고 마냥 옹호하는 것은 ‘껄끄럽다’고 한다.

 

한국 민주주의는 군부와 맞서 싸우던 광주에서 영감을 얻었으니, 비슷한 현 미얀마 상황에 관심 갖는 게 자연스럽다.

역시나 인종과 종교, 국가적 이해와 해묵은 갈등에 대해 우리가 언제 특별한 입장이 있었던가. 우리는 주체적 경험으로부터 보편적인 가치를 획득했다 할 지 몰라도, 진정 타자의 입장에 서 보지 못한 채 인식 영역을 한정해 온 것 아닌가.

지금의 미얀마 항쟁이 ‘로힝야 학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 집단 기억의 회복에 도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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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를 마치고 종달리 ‘책자국’에 들렀다. ‘얕은 연결’을 쓴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을 구입했다.

어떻든 나는 로컬에서 타자로 살고 있고, 그의 ‘오배의 철학’은 경쾌한 타구 처럼 창공을 가로 지른다.

2001년 전주에 갔을 때 나는 젊었다. 로컬리티에 매료된 나는 전주 사람으로 살아 왔다. 지금은 2021년이다.

나는 제주에 살며 타자로서 다시 지역의 삶을 후체험한다. 고독감이 밀려 올때면 햇살이 얼마나 달콤한지 바다에서 부서진 햇살의 일렁임과 함께 죄다 사라지곤한다.

다만 다시 올수 없을 오후의 행복이 가득하기를.... (2121.3.14)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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