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오전에 일 보고, 친구가 소개해 준 스시집에 들러 밥을 먹었다. 밥 먹고 바닷길을 산책 하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았다.

야간 자습을 팽개친 채 놀다 밤 늦게 학교로 돌아 갔던 일을 말씀 하셨다.

“‘홀리데이 인’ 이던가, 클럽 갔다고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웠다”, 고 말씀하신 그 고백은 생일을 맞았던 친구 H가 한 것이지만,

 

미처 대답도 전에 “나중 캐비닛을 보니 우겨져 있더라”며, 당시엔 선생님도 젊어서 폭력적으로 했다며 사과 했다.

그 날 교무실에서 대여섯이 줄늘어선 채 뺨을 맞고 몽둥이 찜질을 당했다만, 그런 일이야 다반사인 시절이었고 감정이 실린 게 아니라는 걸 알만큼 아프지도 않았다.

외려 선생님이 우릴 앉히고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 우릴 위해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던 것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마른 눈 주위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니, 멀리 햇살이 비치는 곳 마다 고루 빛나고 있다.

 

그 무렵엔 침묵하는 날이 많았다. 말 좀 하라며 매달리던 엄마 모습도 어제같다. ‘나도 젊었다’던 선생님을 애태운 시절도 지났다.

그 시절은 덤덤한게 그저 꿈만 같다. 나도 모르게 이별 했구나 싶고, 어렴풋이 뭔가 간절함이 있었다고 기억된다.

집 근처 만춘서점에 들러 ‘아니 에르노’와 김진영의 책을 샀다. 금새 어둠이 내렸다. (2021.1.3)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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