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사회학자 윤여일의 ‘광장이 시간이 되는 시간’을 읽고, 해장국을 먹고도 아직 아침이다. 

윤여일은 도청 앞 천막촌에서 얻은 생각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했다. 얇은 천막은 단단한 콘크리트 청사와 대척해 있는 점유된 장소다. 

 

그는 ‘지젝’의 말을 빌어 ‘민주주의는 승자의 게임을 순치했다’ 거나, 바디우의 말 “오늘의 적은 제국이나 자본이 아니라 민주주의로 불린다”를 인용해 점유의 정당성을 저항의 상상력으로 강조한다.

동시에 ‘천막촌은 한 점이다’고 한다. ‘여러 힘이 가해지는 이곳은 불확정적이고 유동적’이란 표현은 감각적이다.

이 감각적 인식이 그가 대치의 국면에 속박되지 않고 진정성을 얻어 가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천막은 대치적 국면이자 주체의 의지를 드러내는 ‘운동의 현장이자 앎의 현장’이 된다. 비로소 천막의 유동성은 단단한 현실에 개입하는 상황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살다보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싸우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 지금 제주가 겪고 있는 갈등은 실로 오랫동안 여러곳에서 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상은 사라진다. 

모두 탐욕의 탓일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질때 지더라도 잘 져야겠다’는 말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천막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예요’라는 생각을 얻는 것처럼, 그러나 나무는 물론 그 역시 베여질 수 있다. 모든 것은 개별적 국면의 각각이 모여 이뤄진다. 나와 개인의 소중함은 어딘가에 닿기를 바랄 때 희망이 될 수 있다. 

덥다. 한 숨 자고 나가봐야겠다.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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