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언젠가 L은 프랑수와 트리포의 ‘400번의 구타’를 보고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또 언젠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야말로 진짜 문학이라고도 했다. 

나는 L의 ‘서럽고 분해’라는 말이 알듯모를듯했다. L의 어린 시절 ‘그 일’이 무엇일지, 혹 ‘그 일’이란게 진짜 있었는지도 모른채, 그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막연히 가늠해 봤다. 

대학엘 가고 고교 시절의 방황이 끝났을 즈음, 숱한 폭력과 폭력적 상황이란게 점점 변질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가끔 광기에 몸서리치던 심각함이 언젠가는 일상이 되고, 수치심은 명분이 되어 퍼저나갈 때 그게 전사의 삶이겠는가, 참 알기 힘든 공허함이 느껴졌다.

 

L이 말했던 ‘분함’이 개인과 구조의 서사적면이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짐작하고 있다. 어느 시절의 나는 분노와 슬픔을 그저 소비하기도 했을 것이다. 부끄러움과 내 것이 아닌 감정에 사로잡힌 좌절이 더듬어진다. 

가끔은 내가 살아온 시절이 위험천만해 보이기도 한다. 정말 사랑했을까. 나는 정말 분노했을까. 

그러나 정말 아프고 슬펐던 장면들을 기억한다. 그리운 것과 아픈 감정이 두 계절처럼 지나간다. 아침과 저녁일 수도 .. 오늘은 제대로 살아 온건지, 먼 산이 나를 바라본다. 그래 오늘만이라도 ... 하며.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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