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볕이 좀 누그러진 동안 수눌밭 애초기 작업도 돕고 마을회관 앞 마당 어르신들 말씀도 들었다. 일 좀 하다 와서 비뚜루 앉은 채 장단이나 놓듯 알듯말듯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잘게 부서지다 못해 즙이 된 풀액이 얼굴에 뭍어선지, 어르신들 곁이라 편안해선지, 진한 녹음향이 달다. 

인근 책방 ‘소리소문’에 들렀더니 물을 내주며 이것저것 묻고, 마을 사정에 대해 얼마간 말하다보니 영락없는 동네 청년이 된 기분이다.

 

오늘 밤엔 막걸리라도 한 잔 걸치고 희미한 달빛 아래 춤도 추고 .. 시 한 구절을 읇듯 송창식 노래도 부르고 싶다. 

올 봄 좀 늦었나 싶게 밭을 일궜는데 나름 자리를 잡아 간다. 내년 봄 쯤이면 허브 몇 종은 마을 집집에 분양을 해 줄 수도 있을 듯하다. 소시지 만들때도 쓰고 .. 더 수확이 늘어 날땐 맥주 만들때도 쓸만하면 좋겠다. 

 

 

전주 부모님과 통화했더니 이제 비는 위로 다 올라갔나 본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한다며, 여름에 지치지 않고들 넘어 가야는데 .. 하신다. 

노인들은 자연과 함께 풍화하는 존재다. 어떤 현실 보다 가볍다. 언제쯤 사라짐에 대해 경쾌해 질런지 싶게 여름이 와 있다.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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