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피플 앤 페북] 큰 짐이다.

짐은 버거우면 그냥 내려 놓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려 놓는 것이 짐이다. 버티면 손해보는 쪽은 그 짐을 진사람이지 아무도 그 무게를 몰라준다.

오래전에 해인사 백련암에서 3,000배를 졸지에 한적이 있다. 주지스님하고 담소나 나눌까 하고 가야산을 홀로 등반 후 하산길에 들렸다.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무작정 이상한 말을 건네 왔다. 

"잘 오셨습니다. 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지금하세요. 3,000배를 시작하시면 아무 생각이 않나 십니다”

“스님, 잠깐만요, 저는 절이라고는 두 번 이상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스님 하고 말씀 좀 나누고 싶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녁 공양하시고 대웅전으로 오세요”

이런 시츄에션은 뭐꼬?

주지스님의 절 하는 요령의 특강을 받고, 졸지에 저녁  7시부터 시작된 3,000배는 새벽 4시가 다되어 끝났다. 11월 초겨울의 산사는 추웠지만 땀이 흐른다. 처음에는 무릎팍이 아파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중간쯤 되니 배가 고프고 체력이 떨어져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저 멀리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내 꼴을 눈치 채시고 약밥을 건네 주셨다. 이분은 3,000배 전문 프로님 이셨다. 그 이후로 약밥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2,000배를 지나니 깡으로 버티기다. 그냥 쓰러 지는 것이다. 참회록을 한줄 한줄 읽으며 100배마다 멀리 보내는 30개의 성냥 알갱이가 왜 그렇게 많고 무거운지.

끝나고 잠시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아침 공양 하라고 깨운다. 어미, 반가운 소리. 

주지 스님이 차 한잔 하자고 하신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무릎팍 아프고 졸리고 아무 생각 없습니다”
“예, 그것입니다.”
“스님,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바로 하산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다. 밤새 식겁 했다.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자판기 커피를 음미하는 
'내가 보였다.'

짐이 무거우면  내려 놓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나는어디 #짐이무거우면 #3000번참회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30년을 종사 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임야를 가꾸고 임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글 사진=윤창효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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