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출근길에 접시꽃이 피었으니 여름이 오나..

올라온 꽃대에 오종종 매달린 넓은 꽃이 접시같기도 어머니 치마같기도하다.

49년 제주 조천에선 어머니 치마 폭에 숨었던 다섯 형제 중 둘이 살아 남았다. 어머니는 즉사했고, 막내는 총알 일곱발을 맞았는데 숨이 붙어 있었다. 여러날 친척 집에서 간호 받던 막내가 죽기전 한 말이 ‘성 밥좀 줘’ 였다고 한다.

 

국가를 동원한 증오는 정의가 아니라 범죄다. 그 아래 채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영혼이 사그라졌다. 접시꽃을 보면 치마폭에 숨어든 어린 아이들의 가련함이 떠오른다.

추모의 날은 지났지만 추모의 념 없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의식하고 만들어 가지 않으면 가상의 국가란 폭력에 다름아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경찰에 의한 살해와 트럼프의 어깃장 역시 그 뿌리는 증오심에 있다. 증오는 쉽고 솔직한 감정으로 시작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잔혹함으로 끝난다.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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