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헌
안용헌

[광교신문=피플 앤 페북] 오늘은 모든 악기 전공자들에게 해당하는, ‘연습 왜 하나요?’라는 흔한 질문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들 매일 연습하러 가는 예체능 전공자들에 대해 당연히 이해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왜 매일 그렇게 많은 연습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감하거나 그 어려움을 파악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 특별하게 ‘육하원칙’에 의해 이 주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이 글로 독자분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악기 전공자들의 일상과 조금은 친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누가

가장 간단한 챕터다. 연습은 보통 나, 자신을 위해 이루어진다. 목적에 따라 다인이 함께 해 N중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앙상블도 이루어지나 결국 여러 인원이 모여 연습하더라도 남의 연습을 본인이 해준다거나, 본인의 연습을 남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 독주는 자신의 나태를 자신이 책임 하게 되지만, 앙상블 같은 경우엔 어느 한 사람이 연습이 허술하면 그 사람만 티가 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대학교 수업에서 자주 이루어지는 조별과제의 모습과도 같다. 

- 언제

‘언제’라는 질문은 ‘얼마나’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챕터라고 생각된다. 보통 열심히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대입을 준비하는 입시생들이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연습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를 마치고 새벽 시간까지 모두 연습에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보통의 대학생 같은 경우에는 수업 사이에 공강 시간에 학교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던가, 수업이 모두 마치고 저녁 시간에 학교 연습실이나 개인 연습실을 사용하는 등 남는 시간을 사용하게 되는데 대입을 마쳐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져 있어 ‘연주자’라는 진로에 욕심이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든 연습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지만 크게 욕심 없는 학생도 자주 볼 수 있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늘 연습의 양이 질과 비례한다면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N시간씩 연습하는데 저 친구는 하루에 1~2시간 연습하면서 나보다 잘하네. 난 재능이 없는 걸까?’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수없이 봐왔다. 이 경우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악기를 시작한 나이도 이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20대를 넘어 악기를 시작한 지 다들 10년은 훌쩍 넘은 나이가 되면 다르게 생각해볼 일이다. 연습에는 분명히 질이 존재한다. 이는 집중도뿐만 아니라 분석, 습관, 본인의 소리를 듣는 귀 등 많은 요인이 있으며 이중 분석적인 측면이나 본인의 소리를 듣는 일은 손을 움직이는 연습 외에 따로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재능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유명한 연주자들은 ‘천재’ 소리도 많이 듣지만, 대부분이 정도를 뛰어넘는 노력파가 많다. 아마 이를 ‘재능’이나 ‘천재’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면 억울할 사람도 많을 그것으로 생각하며 자격지심이 낳은 ‘허구의 천재’는 연습에 가장 방해되는 요인 중 하나이다. 

- 어디에서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고등학교나 음대에서는 건물에 연습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방음 수준에 따라 그냥 집에서 하는 경우도 많으며, 개인 방에 방음처리를 해 연습실로 쓰는 예도 있고 시간제 대여 연습실이나 월 단위 대여 연습실 하물며 기숙식 연습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외부 연습실을 사용하는 경우에 가격에 따라 방음 수준이 좋은 편이다. 1번에서 이야기했던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연습실의 크기가 결정되는데 1~2인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부터 오케스트라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리허설룸까지 수용인원에 따른 연습 장소를 마련한다.

- 무엇을 / 어떻게 / 왜

남은 육하원칙 중 ‘무엇을’, ‘어떻게’, ‘왜’는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셋은 결국 ‘좋은 음악’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하고 있다. ‘무엇을’, 음악의 사전적 정의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다. 사실 이 뻔한 사전적 정의 안에 이미 세 가지 질문의 답이 모두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결론적으로 사상 혹은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글에 메시지를 담기 이전에 맞춤법은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기술적인 습득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것에 담을 사상, 감정은 연습실 밖 세상에서 얻어야 한다. 무대에 선다는 일은 매우 긴장되는 일이며 변수가 많아 늘 똑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당일에 어느 한 음이 삐끗한다거나 혹은 외관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부족할 때, 억울하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주자는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것을 충족시킬만큼 연습하려면 하루를 다 투자해도 모자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왜’, 당일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삶이더라도 그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무대로 걸어가며 들리는 심장 소리, 자신을 통해 흩뿌려지는 소리의 생성과 소멸, 연주를 마친 뒤 박수 나오기 전 짧은 정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한 시간, 짧으면 몇 분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인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다. 힘들었던 날들은 박수 소리에 씻겨 보내고 또 다음 연주를 위해 연습실로 향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음악이란 세상을 향한 ‘입구’이자 연습실의 ‘출구’ 아닐까.

F.Tarrega 2 Preludes in D Major  

 

기타 연주자 안용헌 인스타그램: dragon_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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