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광교신문=피플 앤 페북] B군 내외가 하는 밥집에서 성게미역국에 어랭이 튀김을 먹었다. 가시가 많아서 급히 먹을 수 없는 게 매력인데, 다음엔 물회로 먹어 보고 싶다.

해변을 걷다 몸이 더워져서 살구 나무 아래 앉아 ‘마크 스트랜드’가 쓴 ‘호퍼’의 책 <빈방의 빛>을 읽는다.

이 문장이 눈에 든다.

 

 

‘호퍼의 빛은 이상하게도 공기를 채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대신 그의 빛은 벽이나 물건에 달라붙어 있는 듯하다.’

그의 빛은 실감되지 않는 것에 머무는 색 아닌가. 지나고 나야 알 수 있는 불완전하고 가련한... 삶이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껴지는 난감한 모습이다.

‘호퍼’에게선 오도 가도 못하는 삶을 응시하는 그러나 잘 배열된 시선이 느껴진다.

 

겸사겸사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책도 보다, 일손 바쁜 B군에게 ‘손님도 없는데 왜그리 바빠’ 하니, ‘배워야 할 게 많네요’ 한다.

밥집에 혼자 밥을 먹을 때의 한적함과 미안함이 ... 채워지지는 않는다만,

한 낮의 자세한 고독함에 매달리기엔 부족함이 없다.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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