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민주당 압승의 1등 공신을 누구일까. 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해찬 대표. 둘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양철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해찬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이해찬은 당내 최다선(7선)의 노련함을 보여주었고, 양정철은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는 180석 대승을 가져왔다.

양정철은 선거의 귀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 만드는데도 1등 공신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외유를 떠났다.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미국과 뉴질랜드, 일본을 오가곤 했다. 그러다가 작년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일시 컴백했다. 이제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단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본 것. 한마디로 멋지다.

양정철쯤 되면 욕심을 낼 법도 하다.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었다. 하지만 자리 욕심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거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해찬도 마찬가지였다. 당 대표를 맡은 때부터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 약속을 지켰고, 가장 공정한 공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나는 양정철도, 이해찬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는 결과가 말해준다. 비록 흠이 있어도 그 과정은 묻히게 된다. 양정철이 나댄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가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마음을 비우면 욕도 덜 먹는다. 양정철은 그것을 안다. 그는 16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하직(下直) 인사를 했다.

양정철은 이날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고 했다. 야인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는 "총선 결과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당선된 분들이 국민들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난 극복에 헌신해 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해찬 대표의 용기와 지혜 덕분이었다"면서 "우리 당은 오래도록 그분의 헌신적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것을 영광으로 추억하겠다"면서 "더불어시민당을 이끈 최배근·우희종 교수님의 순수와 열정도 감동적이었다.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이어 "목표를 위해 모질게 직진만 하다 보니 당 안팎에 상처를 드린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정중히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지난 1년여, 취재에 거의 응하지 못한 불찰 또한 양해를 구한다"고도 덧붙였다.

양정철의 역할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비서실장 등으로 중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럴 만한 자격도 갖췄다. 앞으로 남은 2년이 더 중요하다. 당청 개편이 주목된다고 할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